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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년 반 전입니다. 2022년 6월 말,
아침에 세안하며 거울에 비친 오른쪽 눈썹이 '살짝 올라갔네~?'하고 무심코 넘기고 지방으로 출장을 갔습니다.
업무를 보고 윗분께서 점심을 사주신다고 하셔서 식당에 갔어요. 기다리던 밥을 한 숟갈 입에 넣었는데,
'어? 숟가락이 휘었나?' 하고 꺼내보는데 숟가락은 멀쩡해요. '뭐지?' 하고 다시 숟가락을 넣었는데, 역시 휜 숟가락 느낌!
뭔가 이상하다 싶어 화장실에 가서 거울을 봤습니다. 숟가락이 아닌 제 입이 비뚤어진 거였어요.
너무 놀랐습니다. 아침 거울에 비친 오른쪽 올라간 눈썹이 전조증상이었지요.
이건 뭐지? 구안와사인가, 왜 안면마비가 온거지, 인터넷으로 검색과 검색을 하며 그 길로 버스를 타고 오며 서울 병원을 검색합니다. 안면마비로 검색하고 서울강남터미널에서 가장 가까우면서도 유명한 '고00병원'으로 전화를 걸었어요.
가장 빠른 버스를 타고 올라가지만 도착 예정시간은 5시 반인데 병원 접수 마감이 5시 반이라, 빨리 가겠다고 사정사정합니다. 도대체 왜 이런 건지, 무슨 병인지, 나아지는 건지 별별 생각이 다 듭니다. 다행히 버스는 5시 20분 터미널에 도착했고 그 때부터 택시를 잡으려 뛰었고 빨리 가달라고 또 부탁하고, 병원에는 곧 도착한다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서울 강남 5시반의 도로교통정체를 뚫고 5시 40분 병원에 도착, 제 전화로 퇴근을 미루고 기다려주신 정말 감사한 의사분께서 제 얼굴을 보며 걱정하시는 눈치였지만 티내지 않으십니다.
검사를 해봐야하는데 오늘은 마감이라, 내일 오전으로 예약하고 육안으로 보기에는 후두신경통으로 보여 신경통 약을 지어 왔지요. 그나마 빨리 와서 약을 먹으면 괜찮아질거라고 하셔서 한결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이 날이 목요일, 다음 날 오전 검사를 하고 결과는 다음 주에 나오는데 토요일이 되자 오른쪽 얼굴마비가 더 심해지면서 겁이 나기 시작했어요. 수 없이 인터넷 검색을 해 보는데, 저와 비슷한 증상의 병명 중 하나가 '람세이헌트 증후군'으로 귀에 오는 대상포진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토요일이라 자주 가는 동네 이비인후과로 찾아갔습니다. 의사분은 저를 보자마자 저보다 놀라시며 바로 대학병원에 직접 연결을 해주셨어요. 소견서를 받아 대학병원 신경과 진료를 받았고 결국 제 병명은 '람세이헌트 증후군'. 증상은 대상포진으로 인한 안면마비였어요.
람세이헌트 증후군, 늦은 치료는 후유증이 심해요
대상포진은 흔히 심한 피부발진과 큰 통증으로 힘들어하는 줄만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귀 안쪽 신경에 침투한 바이러스로 인해 안면마비 증상으로 오기도 합니다. 다만 저의 경우에는 귀 부근 피부 수포나 통증이 전혀 없어서 최초 신경과에서도 대상포진을 의심하기 어려웠을 것 같았습니다. 그럼에도 빠르게 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던 저는 정말 운이 좋았던 거 같아요. 당시 저와 비슷한 시기에 이 병을 앓고 있었던 유명인들이 있어 기사 검색 자료가 많았었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미국에는 팝 스타 저스틴 비버가, 우리나라에서는 아나운서 최 희 님이 저보다 한달 전에 발병을 했는데 빠른 치료로 거의 정상회복을 해가는 중이었어요. 최 희 아나운서의 SNS 회복기가 큰 힘이 되었어요. 그렇게 저는 대학병원에서 약 11일 동안 입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귀 속 바이러스감염이 위험한 이유는 뇌 쪽으로 바이러스가 침투하기 쉬운 상황이라는 점입니다. 척수를 뽑아서 뇌수막염으로 번지지 않았는지를 검사했는데, 저의 경우 약간의 감염수치가 나와서 조금 늦었으면 위험할 뻔 했습니다. 정말 빠른 판단, 진료, 대처가 큰 병으로 커지는 걸 막은 경우입니다.
입원치료로 바이러스는 없어졌지만 퇴원 전 이비인후과 의사의 이야기에 좌절감이 컸어요. 안면마비 완치율이 약 40% 정도라며 이제 별다른 치료법이 없다고요. 하지만 퇴원 하는 날까지 오른쪽 얼굴은 약 50% 정도 회복된 것 같았고 저는 이대로 포기할 순 없었습니다. 간절하면 이루어지는 진심이 닿았는지, 퇴원 후 시작한 한방치료로 2개월 여만에 90% 이상 회복했습니다.
양방과 한방으로 적극적인 치료 이후 지금, 겉으로는 정상과 다름이 없습니다. 다만 저만 느끼는 뻐근함과 얼얼한 느낌,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묵직하고 뻣뻣해지는 감각은 아직 남아 있어 마사지를 하고 긴장을 풀려고 노력합니다.
저의 긴 회복기였네요.
이런 대상포진도 있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다른 증상과 마찬가지로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져서 생기는 병으로 어릴 적 앓았던 수두의 바이러스가 대상포진의 바이러스와 같은 병변입니다.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는 한번 감염되면 몸 속에서 계속 남아있는데요, 면역력 저하로 바이러스가 활성화 되고 신경에 침투해 염증 발생 및 마비를 일으킨다 합니다. 이 바이러스가 안면부를 관장하는 제7뇌신경에 침투하게 되면 이명, 통증, 귀 주변의 발진과 함께 안면신경마비가 발생하는 거죠.
그리고 안면신경마비는 중추성과 말초성 2가지로 구분되고, 람세이헌트 증후군은 말초성 안면신경마비에 해당됩니다.
중추성 신경마비는 뇌졸중, 중풍, 뇌종양 등 뇌질환으로 인한 안면마비로, 말초성 신경마비는 안면신경에 바이러스가 감염되어 발생하는 안면마비로 람세이헌트증후군 외에도 벨마비라는 병명이 있어요. 람세이헌트 증후군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로 발생하는 것인 반면 벨마비는 뚜렷한 원인이 없이 발생하는데 말초성 안면마비의 약 70%에 해당합니다.
람세이헌트 증후군은 발병률이 낮지만 벨마비에 비해 마비정도가 심해서 회복시간이 길며 후유증이 남을 확률도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발병 즉시 빠른 치료가 필요합니다. 안면부 신경에 침투한 바이러스를 72시간 이내에 제거하지 못하면 신경손상이 커서 회복이 늦거나 안면비대칭, 의지와 다른 움직임이 나타나는 등의 후유증이 남게 됩니다.
안면마비 이렇게 치료했어요
증상이 나타났을 때로부터 72시간 내에 항바이러스제 또는 스테로이드제를 투여하여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를 잡아 신경 손상 진행을 막아야 합니다. 제가 증상을 느낀 그 날 첫 진료에서 스테로이드제를 처방받아 빠르게 치료가 시작된 것을 대학병원 교수님께서 잘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증상이 심해 저는 입원치료로 항바이러스제를 계속 투여하여 회복이 좀 더 빨랐지만, 안면마비 증상은 마사지나 물리치료로만으로 금방 회복되기는 어려웠습니다.
저의 선택이었지만 한방치료를 통해 약침과 면역력 회복을 위한 한약을 복용하면서 눈에 띄게 안면마비 증상은 호전되었고 가장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꾸준히 얼굴근육 마사지도 병행했고요.
제 생각은요
생각을 해보면, 그 당시 회사의 일과 집안 일, 그리고 나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계속 되면서 나도 모르게 몸이 많이 약해졌던 것 같았습니다. 회사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알게 모르게 많이 컸던 이유가 가장 큰 원인이었던 거 같고요. 그렇게까지 고민하고 몸을 해칠 일이 아니었음에도 현명하지 못한 태도로 몸을 혹사한 것입니다. 누구라도 이런 큰 경험이 생기면 그제서야 몸을 생각하고 행동이 좀 바뀌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일을 경험하기 전에 알면 좋을 텐데 말이지요.
술 한잔도 재발의 위험이 있다고 해서 그 날 이후 1년은 술을 한 잔도 대지 않았어요. 음 지금은 어쩔 수 없는 자리에서 한 두잔 합니다만, 아직도 무섭긴 합니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어떤 목표가 있다 하더라도 가장 우선은 건강입니다.
그리고 어떤 이상 증상이 느껴진다면 스스로 판단하지 마시고 빠르게 신경과 병원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혹시, 비슷한 증상이 있다면 제가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어요. 궁금하신 게 있다면 비밀댓글 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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