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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석증을 가지고 있어요
5년이 넘은 것 같아요. 이석증이란 것을 만난 것이.
기억나지 않는 어느 계절의 아침, 거실에서 아들과 자고 일어나려고 눈을 떴는데
눈앞의 거실 천정이 빙빙 돌아요. 아 근데 이건 내 눈의 문제가 아니라 내 머릿속이 빙빙
돌면서 일어서지도 눕지도 못하고 속이 울렁거리는데 '아~~~~' 하는 소리만 연거푸 뱉었습니다.
눈을 감으면 아주 조금 덜해지고 눈을 뜨면 다시 빙글빙글하는데, 이걸 적고 있는 지금도 그날의 느낌이
살아나는 것 같아 두려워집니다.
이석증, 이런 병이 있었다는 걸 알아버렸어요. 처음 그 상황이 생겼을 때 너무너무 당황했고
너무너무 힘들었는데 알고 보니 이석증이 꽤 흔한 병이네요.
아침 내내 움직이지 못하고 오후쯤 아주 조금 나아서 남편에게 기댄 채 동네 이비인후과에 갔어요
그런데 이석증의 치료가 더 힘듭니다. 귀 안에 있는 무슨 돌이 나와서 어지럼증을 일으킨다는데
그래서 그 돌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두기 위해서 제 머리를 오른쪽 왼쪽으로 휙휙 빠르게 이동시키는
그 치료가 속을 더 울렁거리게 하거든요. '아~~~~ ' 다시 생각만 해도 힘드네요 :)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몇 번의 움직임으로 어지러움이 나아집니다. 약을 지어 먹고 휴식하며
머리는 최대한 안 움직입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지냈던 거 같아요.
다행히 정상 생활로 돌아왔지만 무서운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이석증은 완치가 없다는 것. 이석증은 자주 재발한다는 것.
이석증의 원인은 뚜렷하지 않아 예방법도 잘 모른다는 것. 어쩌라는 건지.
회사 동료에게 말했는데, 그 친구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이석증을 앓고 있었답니다.
그리고 자주 재발하다 보니 이젠 자기만의 치료법을 찾았다는 거예요. 그 방법은 제가 이비인후과에서 치료받은 것과
비슷했습니다. "어... 이석증이 오는 걸까...? " 하는 비슷한 어지러움이 느껴진다 싶으면 머리를 좌우로 빠르게 '파바박'
돌린다는 거예요. 왼쪽 오른쪽으로 아주 빠르게 말이죠.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를 신뢰하는 저라 그냥 듣고 넘겼는데, 그 이후 어느 날 그런 느낌이 들면서 무서워지기 시작하다가 그 동료의 말이 생각나서 해봅니다.
아, 그런데 어지러웠던 머리가 점점 맑아지는 것 같습니다. '오 효과 있는 것 같아'하는 생각이 들면서 가끔 그런 느낌이 들 때면 좌우로 머리를 빠르게 움직여 봅니다. 사실 자라 보고 놀란 후라, 어쩌면 이석증이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요.
동네병원 첫 진료 후 세브란스 병원에서 전정기관 검사도 해보고, 그 이후 또 이석증이 왔지만 이제는 아는 병이라 덤덤하게 병원 치료를 받고 하루 쉬며 다독입니다.
도대체 이석증은 왜 생기는 걸까요.
이석증의 원래 명칭은 '양성 발작성 체위성 현훈'입니다. 심각한 귓병이나 뇌 질환이 없는데 어지럼이 발생한다는 뜻으로 양성이며, 발작성은 갑자기 증상이 발생했다가 저절로 좋아지는 일이 반복되는 것을 말하고, 증상으로 인해 체위(자세)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의 귓속에는 반고리관이라는 구조물이 있는데 이석은 이 주변에 위치해서 균형을 유지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이석이 자기 위치에서 떨어져 나와 반고리관 내부에 있는 액체 속에서 흘러 다니거나 붙어 있게 되면 자세를 느끼는 신경을 과도하게 자극해서 주위가 빙빙 돌아가는 듯한 증상을 느끼는 거지요.
이석이 왜 떨어져 나오는지 그 이유는 확실히 알려지지 않다고 합니다. 이것을 알면 예방이라도 할 텐데요, 통상 외부 충격이나 바이러스 감염, 골밀도 감소나 약물부작용 등으로도 이석증이 유발되기도 하며, 모든 나이에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어지럼증은 살짝 오기도 하지만 제가 처음 느꼈던 것처럼 무서울 정도로 심하게 오기도 하는데 보통 갑자기 발생합니다.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서거나 돌아누울 때 잘 발생하고, 고개를 돌릴 때도 발생할 수 있고요. 갑자기 발생하지만 보통 1분 이내에 멈춥니다. 하지만 저는 너무 힘들어서 그랬는지 1분 이상이었던 거 같아요.
병원에서 이석증을 진단하는 방법으로는 '딕스 홀파이크 검사'를 하는데 저는 이것이 너무 힘들었어요. 기계에 앉으면 기계가 몸을 빙빙 돌게 해서 어지럼증을 유발하게 해서 진단을 하는 검사거든요. 의사는 어지럼 유발 여부와 함께 이석증 시 발생하는 눈의 움직임으로 이석증을 확인합니다. 이미 어지럼증이 해결되어 진단이 불분명할 경우에는 평형기능검사, MRI, 청력검사 등을 추가로 시행하기도 합니다.
너무 놀라지마세요 하지만 잘 지켜보시길
이석증은 자연스럽게 호전되는 경우가 많고 후유증이 남는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다만 어지럼증이 심한 경우 빠른 치료를 받으면 즉시 좋아지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면 진찰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겠습니다. 병원에서 치료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이석 치환술로 고개의 위치를 바꿔가면서 반고리관에 들어간 이석을 제자리로 이동시키는 방법입니다. 저도 느낌이 올 때마다 머리를 움직여보긴 하지만, 늘 같은 상태는 아닐 수 있기 때문에 경험이 많은 이비인후과 전문의에게 치료받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석증의 증상이 어지럼이긴 하지만 자칫 어지럼증이 이석증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지럼증이 생겼다가 점차 호전되는 것이 아니라 심한 어지럼이 멈추지 않고 지속되거나, 신경 마비 증상이 나타나는 등 다른 증상이 함께 보인다면 뇌졸중이나 뇌출혈 같은 심각한 뇌 질환도 의심해 봐야 합니다. 메니에르병이나 만성 중이염의 합병증처럼 다른 질환의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어지럼증이 오래가고 심하다면 빠르게 병원을 방문하도록 합니다.
제 생각은요
이석증은 크게 걱정할 병은 아니지만 재발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늘 두려운 존재였어요. 하지만 어쩌면 그런 걱정이 이석증의 씨앗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잊고 지내려 합니다. 저만의 진짜 퇴치법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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