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 1. 7.

    by. 로그망

    여성이 남성보다 우울증 경험도가 2배 높은 이유가 뭘까요.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는 어쩌면 사회생활이 더 많은 남성에게 더 많을 것 같지만, 여성의 경우는 신체적, 사회적 요인에 기인한 이유가 큰 것 같습니다.

    아이를 잉태하여 얻는 기쁨만큼 산후 우울증이 오기도 하고요, 아이를 잉태할 수 없는 갱년기에 오는 우울증도 있습니다. 

    엄마의 우울증은 타고난 지병이라고도 느껴지는데요

    그럼 요즘처럼 결혼도 늦고 아이도 낳지 않는 젊은 여성들이 많으니 조금 줄어들까요? 

    아닌 것 같아요. 여전히 여성의 우울증은 남성보다 높다는 사실, 그만큼 다른 스트레스들도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슬프기도 합니다. 

     

    산후우울증

    세상의 여주인공으로 지내다 결혼 후 아이를 갖게 되면 많은 처음들이 생깁니다. 낯선 임신 상태가 적응되어갈 무렵, 잊을 수 없는 아픔을 느끼고 내 눈앞에 다가온 첫 아이가 깨끗하고 오동통하고 콧날 오똑한 TV의 신생아들과는 달라서 '내 아이가 맞나?' 하는 생각이 0.1초쯤 지나고 나면, 품에 안은 이 갓난아이로부터 세상에서 가장 큰 행복감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3시간 간격으로 젖을 물리고 모든 것이 처음인 아이를 케어하는 일은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얘기와는 너무 달라서 힘에 부칩니다. 낮밤이 바뀐 아이를 매일 출근하는 남편에게 온전히 맡길 수 없어 혼자 감당해야 하는 그 시간도 개개인의 차이는 있지만 6개월 정도면 괜찮아져요. 출산 후 약 85%에 달하는 엄마들이 일시적 우울감을 경험하지만 대체로는 일상생활에 문제가 있을 정도는 아니고 우울감, 불안, 짜증, 잦은 눈물 등이 발현되다가 대체로 자연적으로 좋아집니다. 하지만 10~20%의 산모들은 산후 우울증으로 이어진다고 해요. 발병 3~6개월 후에는 증상이 호전될 수도 있지만 치료를 잘 받지 않으면 1년 이상 지속되기도 한대요.

     

    산후우울증도 비슷한 다른 상황과 마찬가지로 항우울제 같은 약물치료가 도움 되지만 대체로 수유기간일 가능성이 높아 전문의와의 상담 및 처방이 가장 중요합니다. 모유 수유를 하지 않는 경우는 약물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갱년기우울증

     

    갱년기는 대체로 폐경이 오면 시작되는 증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성호르몬(에스트로젠)이 급격히 줄어들며 여러 호르몬 이상증세가 나타나기도 하는데요, 그 중 '화병'으로 불리는 가슴이 답답하고 뜨거워지는 느낌은 실제 학계에서 연구를 통해 밝혀낸 정신의학용어입니다. 화병은 가정주부에게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데요, 가정의 문제로 화가 나는 경우 가정의 평화를 위해 쏟아내기보다 억제하고 체념하며 참는 것을 당연시하고 미덕으로 여겨온 것이 화근입니다. 또한 에스트로젠의 감소로 심장과 혈관 질환 위험성이 높아지고 스트레스 호르몬들을 활성화하기 때문에 이런 변화가 대뇌와 기저핵의 신경세포를 손상해 병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적절한 항우울제 약물치료로 빠르게 호전될 수 있고 필요시 정신건강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기분 조절제나 항불안제 같은 약물도 함께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여성호르몬 치료로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심혈관계 질환이나 유방암 발생이 높다는 보고도 있어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신중히 결정해야 합니다. 

     

    우울증에는 약물 치료 외에도 대인관계 치료나 인지행동치료 등 다양한 정신 치료도 도움이 됩니다. 

    부디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 말고 나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세요.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를 쏟아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기도 한답니다. 병원은 아파서 가는 곳이 아니라 아프기 전에 예방을 위해 가는 곳이었으면 해요.

     

     

    제 생각은요

    저는 올해 51세가 되었어요. 15년 전 남자아이를 하나 낳아 키우고 있고 자궁근종이 심해 2년 전 제거 수술을 받았습니다. 

    아이를 낳고 3개월 만에 회사 복귀를 해서 회사에서도 아이 걱정, 퇴근 후엔 아이 돌봄으로 힘에 부쳤어요. 눈치 보며 퇴근해 어린이집으로 가는 길은 늘 달리기 수준이었고, 쑥쑥 커가는 아이의 모습은 몇 장의 사진으로만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다행히 낮과 밤이 바뀐 아이는 아니어서 효자라고 했답니다. 온종일 아이를 돌보지 못하는 죄책감은 온종일 아이만 돌봐야 하는 힘듦과는 또 다른 우울함을 느꼈지만 시간은 흘러가고 아이는 잘 자라고 있습니다.

    누구나 완벽할 수 없고 모두가 똑같이 아이를 키울 수는 없어요. 저는 여전히 모성애가 지극한 편은 아니어서 '내 인생과 아들의 인생은 다르고 각각 소중하다'라며 위안합니다. 내가 바르게 밝게 성실하게 지내는 모습만 보여도 아이의 인생은 바르고 밝고 성실해질 거예요.

     

    50이 되기 전 본의 아니게 폐경이 되었지만 일반적인 폐경 증상은 많이 느끼지 못했어요. 뭐 가끔 춥다는데 땀나고, 예전보다 눈물이 더 많아지고 허리 뱃살만으로 몸무게가 4kg이 늘었지만 제 마인드는 아직 40대라고 할까요. 나잇값 못해서인지 정신이 번뜩 드는 일도 생기긴 했습니다만, 이 또한 다 뜻이 있는거라 믿어봅니다.

    저는 MBTI가 INFJ입니다. 조용하고 감성적이고 계획적인 스타일, 남편과는 정반대의 성향이라 다행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무엇이든 뱉어내어야 속이 편해지는 남편, 그 불편한 말들을 들을 때는 화가 치밀고 가슴이 부글부글 끓다가도 그 시간이 지나면 90%는 저절로 잊히는 저, 그래서 우린 천생연분인가 봅니다. 하지만 남아있는 이 10%가 무섭지요. 이 10%가 모여 100%가 되면 저도 폭발합니다. 그리고 다시 제로가 되는 것 같아요. 

    뱉어내세요. 계속 참지만 말고 계속 듣지만 말고 그 정도는 해야 합니다. 왜냐면 같이 오래오래 살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