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 1. 22.

    by. 로그망

    적당히 거리를 두고, 가는 지 오는 지 모르게 조용하고, 그리 귀찮게 하지 않는, 아니 오히려 집사를 귀찮아 하는 고양이들.

    ISFJ인 저에게는 강아지가 아닌 고양이와 지내는 것이 그래서 더 행복합니다.

    '맛있는 사료를 먹이고 싶어서, 햇빛 쏟아지는 높은 유리천장 지붕 아래 너희들을 키우고 싶어서 엄마는 공부하고 더 열심히 일하고 있단다' 하니, 남편과 아들은 어이없이 웃습니다. 

    불과 4년 전 만해도 길에서 10M 떨어진 고양이와 마주치면 피해다녔던 저니까요.

    이래서 사람은 가보지 않은 길, 만나보지 않은 사람을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되는 거예요. 

    그렇게 저는 집사가 되었습니다. 

     

    엄마고양이과 아들고양이 셋, 이렇게 네냥이와 지내고 있습니다. 한 배에서 나온 아들이라 그런지 덩치는 비슷한데 성격은 다릅니다. 왕까칠한 엄마고양이와는 다르게 아들셋은 순하지만 싸우면서 정든다고 앞발전투를 벌이다가도 서로 핥아주고 껴안고 잡니다. 태어날때 부터 같이 지냈으니까 합사의 어려움은 없었지만, 엄마고양이는 혼자 받던 사랑을 나눠받아서인지 아들들과 잘 지내기 보다 마주치면 하악질에 냥펀치 세례라 아들들이 알아서 피해다닙니다.

     

    순한 우리 냥들도 원하는 게 있을 때 울며 찾아옵니다. 그래도 다행히 밤마다 울거나 고성의 신호를 보내지는 않아서 효자들이예요. 태어나 보니 사람집이라 사람과 함께 자고 먹고 하며 고양이의 밤생활은 잃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그래도 이제 4살, 5살 된 이 아이들이 매일 울음신호를 보내올 때는 아직도 뭘 원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아직 초보집사를 떼지 못한 걸까요. 울면 그저 밥주고, 잠깐 놀아주고 맙니다. 우리에게 그들은 그저 옆에 있어 주기만 해도 세로토닌이 생기거든요. 하지만 조금씩 알고 싶어져서 공부를 해요. 

     

    울음으로 표현하기

    '야옹' 솔직히, 야옹이라고 우는 고양이는 아직 못봤어요. '우엥~' '우앙~' '에~옹' '이~~~잉' '우아~~~앙' '엥~~' '오에~옹'  가늘고 날카롭게 우는 이런 울음들을 집사가 딱 알아듣고 처리해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밥이 없어, 화장실이 더러워, 날 좀 봐줘, 심심해, 나 불편해' 이런 종합사인이려니 하고 그 중 타이밍이 맞으면 해결이 되는 정도 :)  대부분의 문제는 해소가 되어요. 하지만 드물게 몸이 아프다는 신호일 수 있으니 평소 잘 먹던 사료를 먹지 않거나 음수량이 줄거나 화장실에서 불편해 보인다면 병원을 방문해요. 

    예전 막내 고양이는 화장실에 들어가만 가면 울어서 배변이 불편해보였는데 병원에서 초음파를 찍어봤지만 특별한 증상은 없었고 변이 조금 차 있어서 약을 먹고 좋아졌어요.

    그런데 고양이들끼리는 거의 '야옹' 하며 울지 않는다네요. 이 이야기를 보고 나니 정말 그런 걸 알게됐어요. 우리 고양이들도 서로를 보고 야옹하지 않거든요. 이들끼리의 소통 언어는 '캬악~~' '크으으' 주로 불편하고 싸울때 위협을 주는 소리들이 많아요. 

     

    꼬리로 표현하기

    고양이의 꼬리에는 마치 감각신경이 없는 지, 한번 쓰다듬기도 어려운 엄마 고양이도 꼬리는 만져도 모르더라고요. 하지만 절대 꼬리를 잡아당겨서는 안된다고 해요. 오히려 꼬리 전체에 신경이 많이 있고 더구나 이 꼬리의 신경은 골반 신경, 음부 신경, 하복 신경 등 다른 중요한 신경들과 연결되어 있어 꼬리에 자극을 가하면 배변장애나 보행장애도 생길 수 있다고 하니 매우 조심해야 합니다. 

     

    고양이들의 이 꼬리모양은 울음 보다 훨씬 더 정확하게 감정을 알 수 있는데요, 퇴근 후 집에 들어오면 꼬리를 세우고 다가올 때, '반가워' 라고 말해요. 이 때 꼬리 끝이 나의 쪽으로 향하면 '우리 친하게 지내자' 라는 뜻이고, 세운 꼬리를 부르르 떨면 희열을 느낄 정도로 기쁘다는 뜻이며 '널 정말 좋아해' 라고 말하는 거랍니다. 

     

    꼬리가 축 처져 있으면 기분이 그냥그렇다는 뜻, 앉아서나 엎드려서 꼬리를 바닥에 탁탁 치는 상황은 매우 기분이 안 좋다는 뜻이라 건드리지 않는 게 좋습니다. 꼬리를 중간 높이로 세우고 꼬리끝을 살랑 살랑 흔들 때는 무언가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고요, 꼬리의 털까지 바짝 부풀어져 있으면 겁에 질린 거예요. 

     

    반면 새끼 고양이들은 가끔 화난 듯 털을 부풀리고 꼬리를 세우는 동작을 하는데 이 자세는 공격의사의 표현이 아닌 장난을 치는 거라고 해요. 우리 냥이들도 짧은 털을 세운 적 많았었는데 참 귀여웠지요. 

     

    귀를 봐도 알아요

    고양이는 45Hz에서 64,000Hz 까지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졌습니다. 낮은 주파수에서부터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주파수인 20,000Hz 를 넘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들리지 않는 고주파음에 눈이 휘둥그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양이의 양쪽 귀에는 32개의 근육이 발달되어 있어서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소리의 진원지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요.

    고양이의 기분은 귀로도 표현을 하는데요, 귀가 사람 앞쪽을 향해 있으면 이 사람에게 호감이 있다는 뜻이랍니다. 귀를 상단으로 세우고 똑바로 앉을 때는 어떤 소리에 집중하는 행동이며, 대체로 경계하는 자세입니다. 흔히 '마징가 귀'라고 불리는 양쪽 귀를 세워 젖혀서 V자를 만드는 경우는 큰 소리를 듣거나 겁에 질리는 상황이 생겼을 때입니다. 

     

     

    그리고 한밤에 찾아오기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하고 침대에 누우면 저멀리 기다렸다는 듯 어슬렁거리며 발치를 서성이다 종아리-허벅지-배-가슴을 터벅터벅 걸어 올라옵니다. '에~옹'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르르' '그르릉' 하며 눈을 마주치지요. 

    머리도 긁어주고 턱 밑도 쓰다듬고 사랑하는 눈빛을 쏴주면 좋은 척 하다가도 후다닥 몸을 짓밟고 가버리고, 그 빈 자리를 다른 녀석이 '이~~잉' 하며 걸어 올라와 꾸욱꾹 열심히 베개마사지를 합니다. 

    하루종일 집사의 빈자리를 그리워 하며 사랑받고 싶은 녀석들이겠지요. 역시 한 마리가 있으면 오지 않고, 자리가 비면 찾아오는 것은 배려심이 많은 건가요. 독립성이 강한 녀석들이라 가족이라도 4마리가 서로 부대낄까 걱정을 했었는데, 투닥거리며 싸우다가도 서로 그루밍을 해주는 모습을 보며 '형제가 있어 좋지?' 생각해요.

    외동인 우리 중2 아들에게도 형제가 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며.